1. 영화의 줄거리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은 한 가정의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어딘가를 멍하니 쳐다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웃음기가 없어집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하며 공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녀를 보며 한 회사원 무리들은 팔자 좋아보인다며 뒷담화를 하며 지나갑니다. 하지만 지영도 한때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림을 하면서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마음의 병이 쌓여 갔던 것인지 그녀는 어느날 빙의의 형태로 정신과적인 질환을 겪습니다. 지영은 친정엄마, 동아리 선배, 자신이 생각하는 다른 사람이 되곤 하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얼마 후 명절날 시댁을 찾은 지영은 새벽부터 제사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마치고 친정으로 가려 하는데, 시누이 부부가 찾아오며 다시 주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됩니다. 일을 다 끝마치고 친정으로 가려는 지영에게 시어머니가 벌써 가냐고 말하는 순간, 지영은 친정엄마로 빙의하여 시부모님에게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녀의 증상은 결국 친정엄마를 비롯해 친정 식구들도 알게 되고 모두가 지영의 상황에 마음 아파하며 그동안 그녀의 아픔을 함께 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결말에서는 지영이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기 시작하며, 그 상황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용기내어 찾아 해나가며 막을 내립니다.
2. 이 영화는 페미니스트 영화일까?
처음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가 개봉한다고 했을 때,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자친구가 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서 헤어졌다는 남자의 이야기가 떠돌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동조하는 댓글들도 많이 달렸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젠더 갈등이 우리 사회의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82년생 김지영> 영화는 마치 페미니스트 영화라는 프레임으로 씌워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고맙게도(?) 남자친구와 함께 볼 수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본 남자친구는 왜 이 영화가 페미니스트 영화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결혼과 육아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혼과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 남녀로 이루어진 두 부부의 삶은 미혼으로 지내던 이전의 삶과 분명 달라집니다. 다만, 임신과 출산으로 신체의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여성의 삶의 변화가 더욱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부이기에 그 변화와 고통을 남성도 함께 나누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여성들의 배부른 투정이라고 치부한다면, 그는 결혼을 해보지 않았거나 가정에 소홀한 남성이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듭니다.
과거 우리의 부모 세대에는 남자가 밖에서 돈을 벌어오고 여자가 집에서 살림을 하며 육아를 담당하는 역할 분배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남아선호사상으로 아들에게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당연하듯 여겨지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80년대생들은 의무교육 세대입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동등한 교육의 기회가 있었고, 그들이 자라는 사이 사회적으로 여성들의 권리도 많이 신장되었습니다. 부모 세대와 달리 여성도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듯이 여겨지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에서의 문제를 남성과 여성이 함께 부담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영화에서 김지영의 남편 역시 그녀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사랑하는 아내가 아픈 현실에 본인 역시도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함께 영화를 감상했던 남자친구 역시도 김지영의 남편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합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우리 시대의 평범한 육아하는 부부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스트 영화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지영이 처음으로 병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명절날 시댁이었다는 점에서, 2022년 설날특선영화로 선정된 점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명절날 온가족이 모여서 보면서 한번쯤 생각해 볼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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